브라이언 볼런드
<배트맨 킬링조크>
독자가 책을 집어들었을 때 보게되는 것은 조커의 얼굴이다. 독자들은 살짝 거부감을 느낀다. 혐오스럽고 무서운 조커가 카메라를 들고서 ‘웃어요(smile)’라는 말을 하고 있다.
만화는 비와 함께 시작한다. 배트맨은 아캄 정신병원에 등장하고, 고담시티의 경찰국장인 짐 고든이 그를 맞이한다. 정신병원에 데스크에는 짤막한 글귀가 적혀져있다.
“미친사람이 일하는 곳은 아니지만, 미친 사람이면 일하기 수월한 곳.”
배트맨은 조커가 수용 된 곳으로 들어가 그와 마주한다. 조커는 자신의 얼굴을 그림자속에 숨긴채 홀로 카드패를 놓으며 침묵한다.
배트맨 : 이봐 할 이야기가 있다.
요즘 들어 부쩍 생각이 많았지. 네놈에 대해서, 나에 대해서. 결국에 가서는 우리한테 과연 무슨일이 벌어지게 될지에 대해서, 어쩌면 네놈이 날 죽이겠지. 어쩌면 내가 네놈을 죽일거고.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어쩌면 좀 늦게. 다만 나로선 혹시 나중에 후회라도 할까봐. 일단 그 문제에 대해 얘기나 해보려는거지, 그런결과를 피해보려고 시도나 해보는 거다. 단 한번이라도.
조커는 대답하지않는다.
배트맨은 어둠속에서 이빨을 드러내며 묵묵히 카드패를 놓는 조커의 손을 붙잡는다.
배트맨 : 내 말 듣고있나? 지금 난 사람이 사느냐, 죽느냐 하는 문제를 이야기하는 거다. 어쩌면 내가 죽든가. 네놈이 죽는가. 나로선 어째서 우리의 관계가 이토록 파멸적이여만 하는지 솔직히 이해가 안 되더군, 하지만 네놈의 목숨을 내 손으로...
배트맨이 자신의 손을 본다. 하얀 분칠이 묻혀있다. 조커는 손등을 숨긴다. 배트맨은 격분하여 일어나 조커의 얼굴을 손끝으로 훔친다. 하얀 분칠이 지워진다. 이 녀석은 조커가 아니다.
조커는 이미 한발 앞서있었다. 범죄자는 항상 한 발짝 더 빠르다.
조커는 탈출하여 인근의 놀이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나중에 그에게 입증의 장소가 될 곳, 고든 국장을 위한 음모를 진행시키고, 배트맨과 조커가 결전을 벌일 곳. 요란하고 흉측한 놀이공원을 둘러보며 조커는 “죽이게 마음에 쏙 든다”고 말한다. 놀이동산을 둘러보던 조커는 프릭쇼(Freak show)의 뚱뚱한 여자를 홍보하는 포스터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과거를 회상한다.
그의 직업은 코미디언, 하지만 아무도 그의 농담에 웃지를 않는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고개를 숙이며 모자를 벗는다.
임신한 그의 아내가 그를 맞이한다.
-왔어요? 어떻게 됬어? 그 사람들이 당신 연기 마음에 들어 해?
-글쎄, 그 사람들이 생각해보고 연락해준다고 하더군...
-아...
-‘아’라니, 무슨 의미지?
-아무뜻도 없었어 난 그냥...
-당신은 내가 그런 걱정 전혀 없는 놈 같이 보여?
그렇겠지, 당신은 내가 무신경하다고, 모든 걸 그저 같잖은 농담이나 그런걸로 여긴다고 생각하겠지. 빌어먹을, 난 갈 수밖에 없어. (...) 그런데 아무도 웃지를 않고, 당신은 내가, 당신은 내가...
조커는 이 생활을 청산해야한다고 말한다. 곧 있으면 아기가 태어난다. 이런 싸구려 아파트에서 당신과 우리의 아기를 살게 할 수는 없다고,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코미디언으로 있을 순 없다. 더 나은 삶을 살아야한다.
아내는 웃으며 그를 격려한다, 여보 다 잘 될 거야. 당신은 여전히 나를 웃기잖아. 그가 아내에게 손을 내밀자,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광대인형이 그를 비웃듯이 마주하고 있다. 그는 놀이동산을 소개한 부동산업자를 죽이고 다음 계획을 실행할 준비를 한다.
한편 배트맨은 자신의 동굴 배트 케이브에서 조커의 정보를 검색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오직 자신을 비웃는 듯한 조커의 얼굴만이 가득하다.
배트맨 : 난 사실 그놈을 전혀 몰라, 앨프리드. (...) 그놈 역시 내가 누군지 모르기는 마찮가지겠지. 두 사람이 서로를 알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그토록 싫어할 수 있는 걸까?
둘은 서로에 대해서 모른다. 서로의 정체에 대해서도, 서로가 그렇게 행동하게 되는 이유조차도 모른다. 하지만 둘은 너무나 닮아있다.
한편조커는 고든국장의 집을 습격하여 고든국장의 딸인 바바라를 총으로 쏜다.(바바라는 배트걸로 활동하다가 이 일로 인하여 하반신이 마비되어 평생을 걸을 수 없는 몸이 된다.) 조커는 술을 잔에 따르며 은연중에 바바라가 반신불수의 몸이 되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조커 :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망가진 상태로는 책꽂이에서 걸어나가지도 못할 것 같네.
(...) 아쉽게도, 우리 공연장 지을 때 장애인 편의시설까진 고려를 못해서 말이지. 하지만 걱정은 마쇼. 내가 사진이나 몇 장 찍어가서, 아버님께 대신 보여드릴테니까.
바바라 : 왜... 이런 짓을... 하는거지?
조커 :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서지. 범죄를 위해 건배.
고든국장을 납치한 조커는 그의 옷을 벗겨서 그를 나체상태로 만들고 마치 가축을 다루듯이 대한다. 그에게서 ‘정상인으로서의 감각’을 빼앗기 위하여,
고든 : 누가 좀 내가 여기서 뭘 하는지 말 좀 해줘...
조커 : 뭘 하냐고? 당신은 지금과같은 섬뜩한 상황에서 정상인이라면 누구나 할법한 행동을 하고있는 거지. 즉 미쳐가고 있는거지.
고든 : 네놈. 그래, 기억이 났어.
조커 : 기억이 났다? 아이구, 나 같으면 차라리 잊었을텐데! 기억이란 위험하기 마련이니까, 내 생각에 과거라는 건 그야말로 걱정스럽고 불안한 장소니까.
말을 이으며 조커는 고든을 롤러코스터와 흡사한 놀이기구에 태운다. 그를 미치게 만들기 위해서, 그에게도 배트맨과 조커 자신처럼 “단 하루의 운수 나쁜 날”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롤러코스터의 문이 닫히고, 열차는 어둡고 축축한 귀신의 집으로 들어간다.
그날, 어둡고 축축한 술집 안에서 조커는 아내의 사망소식을 듣는다. 그는 충격에 빠져서 갱들에게 범죄를 실행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미 그는 범죄의 마수에 빠져서 나올 수 없게되었다. 가족을 잃어버린 그에게 더 이상 범죄를 실행할 동기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그 일을 행해야한다. 코미디언은 얼굴을 파묻고 소리없이 절규한다. 그리고 다시, 그 모습은 고통스러워하는 고든국장의 모습이된다.
조커는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고든국장에게 딸 바바라가 발가벗겨진 채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조커 : 내면에 상처를 입으면, 정신이상 인증을 받는거요.
고든국장은 나체 상태에서 온몸이 묶인 채 절규한다. 그는 무력할뿐이다.
또 다시 비가 내리고, 배트맨은 조커의 초대장을 받고서 놀이공원으로 향한다. 한편 조커는 롤러코스터에서 고든국장을 끌어내린다. 고든국장이 아무말도 못하며 대답을 하지않자 그는 재미없어하며 그를 짐승처럼 우리에 넣어버리라고 말한다. 조커는 마지막으로 회상한다.
곧 태어날 아이와, 가족을 위해서 범죄에 가담해야하는 현실, 그리고 아내의 죽음. 그런데도 불구하고 갱들의 협박에 못 이겨서 아무렇지도 않게 범죄를 저질러야하고, 갱들의 의해 범죄의 주모자로 몰린다. 눈 앞에서 갱들이 그의 목숨을 위협하고, 또한 그런 갱들이 총에맞아 죽는다. 특수한 헬멧인 ‘레드후드’ 속에서 총소리는 더 크게 들리고, 모든 세상은 붉게 보인다. 그는 극도의 공포속에서 배트맨에게 쫓겨 화약약품이 버려지는 오폐수 속으로 몸을 날린다.
겨우 물 밖으로 빠져나온 그는 빗물에 자신의 모습을 비쳐보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화약약품의 의해 마치 광대처럼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을 보고서 미쳐버린다. 한 코미디언은 그렇게 “조커”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배트맨 또한 그런방식으로 미쳐버렸음을 알고 있다. 그는 배트맨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인 고든국장을 미치게 만듦으로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해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조커는 고든국장을 우리 안에 가두어놓고, 뚱뚱한여자, 마른남자, 샴 쌍둥이, 털복숭이인간 같은 별종(freak)들과 함께 비웃으며 구경한다. 그는 마치 서커스단의 단장처럼 과장 된 몸짓과 표정을 섞어 정상인들의 역겨운 가치체계를 비웃고 놀림감으로 만든다.
조커 : 소개해 드립니다. 정상적인 인간입니다! 신체적으로야 특별할 것 없지만, 대신 가치체계가 불구가 되어버렸습죠. 저 인도주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어찌나 끔찍하게 부풀려졌는지 보세요. 저 뒤틀린 사회적양심과 시들어버린 낙관주의도 보시고요. (...) 그 중에서도 제일 혐오스러운 것이라면 질서와 정상에 대한 개념이지요. 거기에다가 무게를 좀 많이 싣기만 하면... 딱 하고 부러지죠. (...) 하지만 누가 저들을 비난 할 수 있겠습니까? 이처럼 사이코 같은 세상에서야... 그러지 않는 게 정말 미친거겠죠!
-내가 사이코 범죄자라고? 나만 잘못 된 놈이라고? 아니야. 세상은 원래 미쳐있어. 사람이 미치기 위해선 아주 작은 자극이 필요할 뿐이야.
너희가 정상이라고 믿고 의지하는 것들을 아주 연약한 것들일 뿐이야.-
이것은 후에 영화 <다크나이트>에서 범죄자와 민간인들이 타고있는 배에 폭탄을 싣고, 그들에게 서로를 파괴하라고 하는 장면에서도 읽을 수 있다. 조커는 이러한 행동들로 '세상이 미쳐있다'는 것을 증명해보이려고 한다.
결국엔 킬링조크에서는 고든국장이 미치지않은 것에서, 다크나이트에서는 범죄자와 민간인이나 서로의 배를 파괴하지않았던 것에서, 조커는 주장을 입증하는데에 실패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다.
킬링조크에서 고든국장은 짧은 실어증 증세에 빠질 정도로 정신적을 충격을 받았고, 영화 다크나이트에서도 두 집단은 혼돈에 빠진다. 어느 케이스에서든, 조커의 말대로 '아주 조금의 혼돈'만 가중되었다면, 조커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고든은 그것을 견뎌내었고, 오히려 분노한 배트맨을 진정시키며 말한다.
고든 : 부탁이니 그놈을 꼭 붙잡아오게, 하지만 꼭 원리원칙대로 해서 붙잡아 와야만 하네!
(...)
우리식 방식이 먹혀든다는 걸 그놈에게 보여줘야만 해!
자신의 딸이 불구가 된 충격에도 고든국장은 그것을 이겨내어 오히려 배트맨에게 “원리원칙”을 말한다. 만약 분노한 배트맨이 조커를 죽인다면, 그것 또한 조커의 승리 일 것이기 때문이다. 조커가 자신의 방식을 입증하려고 했던 것처럼, 고든국장 또한 조커에게 자신과 배트맨의 방식을 입증하려고 한다.
배트맨이 귀신의 집 안으로 들어오자 조커는 함정들을 작동시키며 배트맨에게 말한다.
조커 : 네몸역시 언젠가 운수 나쁜 날을 겪었겠지, 안 그런가? 그럴 테지, 네놈 역시 운수나쁜 날을 겪었고, 모든게 바뀌었던 거지. 그게 아니라면, 네놈은 도대체 왜 그렇게 날아다니는 쥐새끼 옷을 차려입고 설치는거지? (...) 네놈은 계속해서 인생이 이치에 닿는 듯, 이 모든 다툼에 무슨 의미가 있는 듯 그저 가장하고 있을 뿐이야!
그의 눈에는 이 모든게 지독한 농담일 뿐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가치를 부여하고, 다시 빼앗는, 지독한 농담들일 뿐.
조커와 배트맨은 같다. “운수 나쁜 날”. 그 하루 때문에 모든 게 바뀌었다. 브루스 웨인은 무장강도의 의하여 눈앞에서 부모님을 잃었고. 조커는 아내와 자식을 잃고 자신의 모습마저 흉측하게 변해버렸다.
거울의 방 안에서 조커는 수많은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며 배트맨에게 묻는다.
조커의 물음에 배트맨은 수많은 조커가 비쳐진 거울을 깨고 나온다.
둘은 짧은 혈투를 벌이고, 조커는 배트맨의 일격에 밖으로 나가떨어진다.
쓰러진 조커를 배트맨이 잡으려는 순간, 조커는 일어나 배트맨에게 총을 겨눈다. (이때 조커의 얼굴 표정이 차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섬뜩하다)
바바라를 쐈던 총과 같은 것으로 보이는 총. 그러나 조커가 방아쇠를 당기자, 총알은 나오지 않고, 장난감총 처럼 깃발이 나올 뿐이다. 조커는 "탄창이 비었다" 총을 바라본다.
조커는 체념한 듯이 총을 내려놓고 배트맨에게 말한다.
(이 부분을 살짝 생각해보면 섬찟하다. 조커는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고, 그것이 죄라는 것을 알고있다. 그리고 그것이 처벌받을 행동이라는 것도. 조커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나오는 떡밥이지만... '조커는 사실 미친게 아닌 걸 수도 있다')
(...)
배트맨 : 우리에겐 이미 대안이란 것이 다 떨어졌지... 우린 그걸 알고있어. (...) 반드시 이런식으로 끝낼 필요는 없어. 나로선 도대체 무엇때문에 네놈인생이 일그러져 버렸는지는 알수 없군, 누군들 알겠나? 어쩌면 나도 비슷한 일을 겪어봤겠지. 어쩌면 내가 도울 수도 있겠고. 함께 노력해볼 수도 있지. 네놈에게 재활치료를 받게 할 수도 있고, 네놈은 더 이상 그런 극단에 서 있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혼자 있어야 할 필요도 없어, 우리는 반드시 서로를 죽이지 않아도 되고. 네놈 생각은 어떤가?
애초에 조커는 배트맨을 죽일 생각도 없었고, 조커 그 자신도 배트맨이 자신을 죽이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둘은 항상 죽음의 문턱까지 다다른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둘 중 한명은 파괴되버리고 말것이다. 마치 치킨게임과
같이 둘은 파멸을 향해서 서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배트맨은 그것을 멈추려고 하지만, 조커는 멈추지 않는다.
조커 : 안돼. 미안하지만... 안 돼. 그러기엔 너무 늦어버렸어. 지나치게 늦어버렸지. 하하하. 재밌네. 이 상황 말야. 농담 하나를 떠오르게 하거든.
봐, 정신병원에 두 녀석이 있었단 말이지... 그리고 어느 날 밤, 어느 날 밤 그 놈들은 자기들이 수용소에 있는 걸 더는 마음에 들어 하지 않다는 걸 깨달아. 도망치기로 결의를 하지! 그래서, 어찌저찌, 그놈들은 지붕으로 올라가고, 거기서, 좁은 틈만 넘어가면 도시의 지붕으로 이어진다는 걸 보게 되지, 달빛이 뻗쳐 있는 곳, 자유가 있는 곳으로 말야.
이제, 첫 번째 녀석은, 문제 따위 없이 곧장 뛰어넘네. 근데 녀석의 친구는, 그 친구는 도무지 뛰어넘을 엄두를 못 내. 있지...있지, 그 친구는 떨어질까봐 겁나는 거야.
(사설로 이때 배경으로 나오는 놀이기구에는 ‘너의 운을 시험해라’(TRY YOUR LUCK)로 보이는 문구가 적혀져있다. 이런한 세심한 묘사를 찾는 것 또한 알란 무어 작품의 백미이다.)
그래서, 첫 번째 친구가 아이디어를 내지..."나에게 손전등이 있어! 내가 이 빌딩들 사이의 틈새에 빛을 비출게. 손전등 빔을 밟고 건너와서 함께 가자구!"
그-그러나 두 번째 놈은 그냥 자기 머리를 가로저을 뿐이거든. 그 놈이 마-말하길...그 놈이 말하길 "너-너 날 뭘로 보는 거야? 내가 미친 놈 같아?
"너 내가 반쯤 건너면 확 꺼버릴 거잖아!"
조커는 농담을 하고서 웃어버리고, 배트맨도 조커의 농담에 따라웃는다. 둘은 마치 친구처럼 서로를 마주보며 웃기 시작한다.
그들의 웃음소리 사이로 경찰차들이 조명을 밝히며 다가온다.
이 대목에서 ‘건너 가지않는 광인’쪽은 배트맨이 될 수도, 조커가 될 수도 있다.
정신병원에서 나와. 자유를 향하여, 달빛을 향해서 몸을 날린 쪽(참고로 달빛은 광인의 상태를 지칭하는 은유로도 표현이 된다. 광인을 뜻하는 단어인 루나틱(Lunatic)이란 단어는 달을 의미하는 단어. 루나(Lunar)에서 기원되었다.)은 조커로, 이미 미쳐버린 세상에서 과감히 뛰쳐나옴으로서 세상에 대해서 직시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가 그 사실을 배트맨에게 알려주기 위하여 그의 주장을 증명해보이려고 했을 때, 배트맨은 그것을 거부했다. 배트맨은 정상적인 세상과 미친 세상의 중간에 서있고. 그리고 그 경계를 어느 정도 넘게 되면, 배트맨 자신이 파멸될 것이라는 것을, 배트맨도 조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요약하자면,
배트맨 입장에서 ‘너 아직 갱생의 여지가 있음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받고 서로 이 짓 그만 끝내죠?’말하자 조커가 '싫음ㅋ 난 이미 버린몸ㅋㅋ’식으로 거부하는 거처럼 보일수도 있고.
조커입장에서 ‘어차피 세상은 미쳤는데 뭣하러 그 고생하면서 원칙 지키면서 범죄랑 싸우고있냐? 너도 나처럼 그냥 자유롭게 미쳐버려’라고 하자, ‘헐ㅋ 막장되기 싫음ㅋ’라고 하며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어쩌면 둘 다 일수도 있고.
이미 둘은 너무나 닮아있으니까. 둘은 ‘네가 그럴줄 알았다ㅋㅋㅋ’로 서로 공감하고 서로 체념하며, 서로 웃는다.
조커와 배트맨, 배트맨과 조커. 둘 다 자신에게 닥쳐온 어떤 ‘단 하루의 운수없는 날’로 인하여 변하게 되었고. 행동하기 시작했다. 둘의 생각은 달랐고, 결과 또한 달랐지만, 결국 둘은 닮은 존재라는 것이다. 일례로 둘의 탄생비화를 뒤바꿔도 그렇게 어색하진 않을 것이다.
만화는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말하지 않는다. 이 만화는 단순히 슈퍼히어로가 악당을 잡는 만화가 아니라, 두 명의 미치광이가 어떻게 세상에 대해서 대처하고, 또 서로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둘은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서 세상에 대해서 저항한다.
배트맨은 악인들을 잡고 범죄를 억제하므로서 자신이 어렸을 적 겪었던 일들을 막고자한다.
조커는 이 모든 세상을 파괴하고, 정상과 비정상의 균형을 붕괴시키고자한다.
배트맨과 조커가 서로 웃으며 이 만화는 끝난다. 만화가 시작되었던, 조커가 미쳐버렸던 때와 똑같이. 비가 내리면서.
책을 다 읽고나서 독자는 책을 덮고 표지에 있는 조커의 얼굴과 다시 마주한다.
새삼스럽게 조커가 들고있는 카메라를 다시 보게된다.
조커와 같은 상황이 자신에게도 닥쳐온다면 어떨까, 하고.
참고자료
- 알란무어, 브라이언 볼런드<배트맨 킬링조크> - 세미콜론
- 엔하위키 <킬링조크> 항목 - <링크>
- 네이버 블로거 부머 님의 <킬링조크> 포스트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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