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 / 김기택
누군가 씹다 버린 껌.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껌.
이미 찍힌 이빨자국 위에
다시 찍히고 찍히고 무수히 찍힌 이빨자국들을
하나도 버리거나 지우지 않고
작은 몸속에 겹겹이 구겨넣어
작고 동그란 덩어리로 뭉쳐놓은 껌.
그 많은 이빨자국 속에서
지금은 고요히 화석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껌.
고기를 찢고 열매를 부수던 힘이
아무리 짓이기고 짓이겨도
다 짓이겨지지 않고
조금도 찢어지거나 부서지지도 않은 껌.
살처럼 부드러운 촉감으로
고기처럼 쫄깃한 질감으로
이빨 밑에서 발버둥치는 팔다리 같은 물렁물렁한 탄력으로
이빨들이 잊고 있던 먼 살육의 기억을 깨워
그 피와 살과 비린내와 함께 놀던 껌.
지구의 일생 동안 이빨에 각인된 살의와 적의를
제 한몸에 고스란히 받고 있던 껌.
마음껏 뭉개고 갈고 짓누르다
이빨이 먼저 지쳐
마지못해 놓아준 껌.
멸치 /허연
언젠가 하얀 눈보라처럼 바닷속을 휘저었을 멸치 떼가 말라 간다. 영혼은 빠져나갔는데 하나같이 눈을 뜨고 있다.죽기 싫었던 멸치가, 사랑의 정점에 있던 멸치가 눈도 못 감은 채 말라 간다.
말라서 누군가에게 국물이 되는 종말.그 종말에 대해이야기하고 싶다.눈 뜬 놈들이 뒤엉켜 말라 가는 홀로코스트의 현장에서 한 됫박의 미라와 한 됫박의 국물과 눈물을.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저렇게 단순하게 눈물이 되는 걸.
이제 와서 후회한다 나의 사유가 늘 복잡했던 것을
내 사랑이 모두 음란했던 것을
끔찍한 결과들로 뒤덮인 마트를 걸어 나오며 깨달았다.
말라 가는 것이 내가 아는 생(生)의 전부라는 걸.
이해를 바라지는 않지만 두고보니 내 주변에는 비웃는 것 들 뿐이였다.
닥치는 대로 앉히다보니 관객석에는 철없는 철부지들이 담배를 피우고 침을 뱉고 포르노를 보면서 낄낄대고 있었고
나는 그나마 그것들에게라도 인정을 받으려고 몸을 낮추었고.
가면극은 끝났지만 나는 가면을 벗지 못하고 아직 무대에 서 있다.
피해망상으로 가득 찬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서
나는 수많은 거짓들로 나를 치장해왔고 무시해왔다. 그리고 이제와서 그런것들을 벗어버리기에 거짓에 엮인 사슬들이 내 심장까지 파고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스무살이 넘어버린 시점에서
응석을 부리고 뛰어들기에는 애가 아니게 되었고
모든 걸 받으들이고 이해하기에는 너무 젊어있다
나 스스로와
타인들의 상처를 줄이기 위해서
나는 점점 말을 아끼고있다.
추장은 죽었지만
주술사는 아직 춤을추고있다.
언젠가 하얀 눈보라처럼 바닷속을 휘저었을 멸치 떼가 말라 간다. 영혼은 빠져나갔는데 하나같이 눈을 뜨고 있다.죽기 싫었던 멸치가, 사랑의 정점에 있던 멸치가 눈도 못 감은 채 말라 간다.
말라서 누군가에게 국물이 되는 종말.그 종말에 대해이야기하고 싶다.눈 뜬 놈들이 뒤엉켜 말라 가는 홀로코스트의 현장에서 한 됫박의 미라와 한 됫박의 국물과 눈물을.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저렇게 단순하게 눈물이 되는 걸.
이제 와서 후회한다 나의 사유가 늘 복잡했던 것을
내 사랑이 모두 음란했던 것을
끔찍한 결과들로 뒤덮인 마트를 걸어 나오며 깨달았다.
말라 가는 것이 내가 아는 생(生)의 전부라는 걸.
이해를 바라지는 않지만 두고보니 내 주변에는 비웃는 것 들 뿐이였다.
닥치는 대로 앉히다보니 관객석에는 철없는 철부지들이 담배를 피우고 침을 뱉고 포르노를 보면서 낄낄대고 있었고
나는 그나마 그것들에게라도 인정을 받으려고 몸을 낮추었고.
가면극은 끝났지만 나는 가면을 벗지 못하고 아직 무대에 서 있다.
피해망상으로 가득 찬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서
나는 수많은 거짓들로 나를 치장해왔고 무시해왔다. 그리고 이제와서 그런것들을 벗어버리기에 거짓에 엮인 사슬들이 내 심장까지 파고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스무살이 넘어버린 시점에서
응석을 부리고 뛰어들기에는 애가 아니게 되었고
모든 걸 받으들이고 이해하기에는 너무 젊어있다
나 스스로와
타인들의 상처를 줄이기 위해서
나는 점점 말을 아끼고있다.
추장은 죽었지만
주술사는 아직 춤을추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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